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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미야자키애니와 건강관리

작성자 굿데이 작성일 2005-05-11 조회수 1811
---- 대표원장님 굿데이365 기고 건강칼럼입니다.-----------

항상 그 시대에는 무엇이든지 그로 하여금 그 시절을 생각나게 만들만한 지표문화가 있다. 지금 386이란 숫자로 이름지워진 세대, 필자의 추억속엔 팝송과 나이키 운동화, 그리고 미래소년 코난이 같은 시절의 주인공으로 기억되어 있다. 그 때까지 접해본 어떤 만화보다도 입체적이고도 특이한 캐릭터, 치밀하고도 드라마틱한 구성과 함께 정신이 아득하리만큼 암울하고도 경이적인 미래세계의 묘사와 웅장한 스케일은 그 어린 나이의 소년에게도 가히 충격적인 감동으로 다가왔다. 잊을 수 없는 이름들.. 코난, 나나, 포비, 다이스선장, 몬스키, 레프카.... 덕분에 필자는 이 후 십여년이 지난 뒤 대학 시절 MT에서 필자가 제안한 `미래소년 코난 등장인물 이름대기 게임'에서 항상 쉽게 우승을 거머쥘 수 있었다. 그 뒤 미야자키의 다른 작품을 자연스레 더 접하게 되었고 `바람의계곡의 나우시카'나 `원령공주' 등에 열광하게 되었다. 얼마전엔 그의 최신작 `센과 치히로의 행발불명'을 딸과 함께 보며 아바와 올리비아 뉴튼존을 좋아하던 그 시절이 생각나 빙그레 웃음짓게 되었다. 세월은 그렇게 흘렀어도 미야자키의 작가정신과 주제는 큰 변함이 없었다. 미야자키는 그렇게 이십여년이 흐르도록 인간의 오만함과 대자연에의 순응을 이야기 해 주고 있었다.
최근 미야자키의 원령공주가 극장 개봉한다는 소식을 보며 문득 뛰어난 작가의 훌륭한 메시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 어떤 올바른 메시지에도 잘못된 해석에서 비롯된 부작용이나 과도한 교조주의적 집착으로 인한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자유라는 위대한 가치뒤에 혼돈과 무질서가, 평등 뒤에는 비능률이나 구속, 억압과 같은 부정적인 그림자가 따라붙기 마련인 것처럼 항상 바람직한 가치의 뒷면엔 조금씩은 그 필연적 배설물이 드리워진다. 요즘의 우리사회를 바라보면 우리가 너무 지나치게 자연에의 친화를 강조하는게 아닌가 싶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가 마치 자연 위에 따로 군림하는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인간은 그 자체로 자연의 부속물이다. 우리가 자연에 다가서려 하는 발상 자체가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멀어지려 하는것과도 같은 일이 아닌가. 인간은 인간의 의지로 자연으로부터 멀어질 수도 가까워질수도 없는 자연의 한 부품일 뿐이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도 자연에 아주 미약한 변형을 가한 것 뿐 개미가 지어놓은 동굴과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지 않을까? 인간이 자연에 순응하고 따라야 함은 틀림없는 명제이나 과연 무엇이 진정한 자연스러움임은 곰곰히 생각해 봐야할 문제인 것 같다.
우리 몸의 건강을 지켜나가는 문제에 있어서 상당수의 사람들은 과학적 사고라는 말에 알레르기반응을 일으킨다. 이는 그 동안 행해온 과학교육에 문제인것도 같고 앞서 말한대로 자연에의 친화라는 명제에의 원리 원칙적 과도한 집착이 빚어낸 오해인 것 같기도 하다. 과학적으로 자기 몸을 돌본다는 것은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로봇팔을 가진 반인간, 반 사이보그가 되자는것도 아니고 과학이 곧 기계, 화학 약품 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과학은 복잡하고 기름냄새나며 차갑고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어두운 기계덩어리의 이미지를 뜻한다고 여기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과학'을 이용하여 `과학적'인 건강관리를 한다는 것이 마치 자기 몸을 자연으로부터 격리하는 것처럼 느끼고 있으나 과학은 합리적으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방법론이며 인간의 문화와 정신을 다루는 다른 모든 인문학문도 사회과학의 범주에 들어간다. 소위 자연 그대로라는 이유만으로 몸에 좋은 것이고 인위적인 것은 몸에 나쁘다는 맹목적인 믿음으로 많은 `비과학적인' 사이비 의료가 행해지고 이와 같은 사이비 유사의료 건강식품에 엄청난 돈이 쏟아부어지고 있다.
어떤 물질이 우리 몸에 들어와서 어떤 특별한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은 우리몸 속에 있는 특별한 자물쇠에 꼭 맞는 열쇠가 들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자물쇠의 모양과 개수의 다양함이 우리가 상상도 못할 만큼 엄청나기 때문에 그 자물쇠에 딱 맞는 열쇠가 들어와서 반응을 일으킨다는일은 매우 확률상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자연에 존재하는 많은 물질은 우리가 섭취하여도 대개 별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중엔 우리 몸 속의 자물쇠에 딱 맞는 열쇠 모양을 한 물질들도 있어 다양한 약리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복어의 독도 자연 속의 물질이고 독버섯의 독도 자연 속의 물질이다. 얼마전엔 몸에 좋다고 두꺼비 알을 날로 먹은 사람들이 그 독으로 인해 사망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자연의 물질'이라고 해서 무조건 몸에 좋은 것이 아닌 것이다.
우리가 건강을 지켜가는 확실한 방법은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어있다. 더구나 그 방법엔 대개 한푼도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충분히 영양을 섭취하고,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가지며, 꾸준히 운동을 하고, 확실히 몸에 나쁘다고 증명된 것들을 피하면 된다. 많은 사람들은 사실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그 해악이 어느 정도인지 확실히 밝혀지지도 않은 몇몇 성분의 환경호르몬의 검출에는 굉장히 민감히 반응하면서도 그 엄청난 해악이 분명히 밝혀져 있는 담배는 끊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미야자키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자연스러움은 자연속의 노루 피를 마시고 자연속의 호랑이 뼈를 갈아 마시는 것은 아닐 것이다. 코난의 건강함은 활발히 뛰어다니고 밝게 생각하고 생활하기 때문이지 어떤게 건강에 좋을까 몸에 좋은 약초를 찾아다니기 때문은 아니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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